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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 들어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 가능성이 미국 내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한반도 방어에 국한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유사시 신속히 전력을 전개할 수 있도록 미군을 운용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 정책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감축 및 역할 확대, 그리고 북한 비핵화 등 복합적 현안을 새 정부에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최근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외교·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댈 수 있다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방위비 분담, 대북 정책 등 복합적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일본의 안보 역할 강화 △한·미·일 협력 구상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 등은 동아시아 국제 안보 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가 이러한 지각 변동의 중심에 선 지금, 한국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까. 김주형 안보경영연구원장을 만나 일본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아시아 안보 환경의 주요 쟁점과 본질,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을 짚어 봤다.
김주형 원장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위협이 한반도 정세와 동아시아 안보 질서 전체에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양면 전쟁 가능성’을 강조했다. 대만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대만에 영향을 미치거나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주한미군이 감축될 경우 이들은 인도·태평양 지역, 특히 대만 후방의 괌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미국 입장에서 대만 유사시 ‘전방’으로의 이동이다.
한반도 및 대만에 관한 유사 시나리오를 다루고 있는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미국의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의 최근 보고서를 공유한 김 원장은 “어떤 경우를 가정해도 인도·태평양 전선이 한 군데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쪽까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반도와 대만이 하나의 전구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한반도에 대한 안보 공백 초래라는 관점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수 방위의 차원으로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군 감축·재조정, 완전 철수는 어려워
주한미군 재배치와 양면 전쟁 가능성 상존
북한 전술핵 사용 시 미국 대응 한계 현실화
다만,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해 김 원장은 첫째, 북한의 오판 가능성 증대를 꼽으며 “주한미군은 단순히 물리적인 병력 규모를 넘어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미국의 대(對)한반도 방위 공약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라며 “주한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한다면 북한은 이를 남한에 대한 추가적인 도발의 기회로 오판하여 한반도 내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둘째, 확장 억지력의 신뢰성 약화에 대해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로 미국의 확장 억지력에 대한 동맹국들의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이러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동맹국을 방어할 의지가 있는가 하는 질문은 동맹의 응집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셋째, 동아시아 안보에 대한 불안정성 심화를 들며 “주한미군은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에 기여하는 ‘역내 안정자’ 역할도 수행한다”며 “주한미군의 변화는 일본 등 역내 다른 동맹국들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며, 역내 군비 경쟁을 촉발하거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김 원장은 애틀랜틱 카운슬 보고서의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워게임 시뮬레이션 결과 북한이 한국에 전술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은 전술핵으로 보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그는 “주한미군 측 인사들은 전술핵 보복을 주장했으나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펜타곤에서는 반대하며 재래식 타격만으로 대응하는 KMPR(대량살상무기(WMD)로 대응하는 대량응징보복)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정치적 승리’로 해석될 수 있으며, 미국의 핵 공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대두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미국이 전술핵 보복을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고려라고 볼 수 있다”며 한국 측이 전술핵 보복에 반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김 원장은 일본의 방위 정책 변화가 동아시아 안보 질서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전수방위’ 원칙에 기반하여 방어적인 군사 태세를 유지해 온 일본이 ‘반격 능력’을 도입했다는 것은 역내 안보 환경에 대한 일본의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자국 방어를 넘어 잠재적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일본의 변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더 이상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일본에도 직접적이고 실존적인 위협이 되었다는 인식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도입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이러한 위협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일본의 안보 정세 확대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긍정적으로는 한·일 안보 협력의 잠재력이 확대된다는 점”이라며 “일본의 반격 능력은 한국의 3축 체계와 결합되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3국 간의 통합된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 거점과 지휘부에 대한 공동의 타격 능력은 북한에 더 강력한 억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이러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자주적 방위 역량의 획기적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공약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한국 스스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의 ‘실질적’ 공고화를 통한 “단순히 수사적인 공약이 아니라, 확장 억지력의 작동 메커니즘을 더욱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하여 동맹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의 다층적 심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주한미군 감축 위협은 역설적으로 한·미·일 3국 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며 “미국·일본·한국이 상호 보완적인 방위 역량을 통합하고 정보 공유를 강화하며 공동 작전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집단적인 억지력과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자안보 구조에서 한·미·일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
이재명정부, 문재인정부 같은 반일 정책 펴지 못할 것
일본 중심의 동북아 방위 태세 구축해야
한편, 김 원장은 현재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1925년 로카르노 조약 체결 당시의 유럽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부분적인 안보 보장과 불확실한 강제력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로카르노 조약이 동유럽을 간과하여 결국 나치 팽창주의를 부추겼듯이, 현재 한반도와 대만 해협 등 잠재적 분쟁 지역에 대한 명확한 안보 보장과 대응 계획의 부재는 위협을 증폭시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와 대만 해협 등 잠재적 분쟁 지역의 불확실한 안보 보장이 오히려 위협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한국이 미국·일본과 군사면은 물론 더 나아가 사이버·경제·공급망 등 비전통적 측면에서의 안보 협력 또한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의존에만 머물지 말고 자주 국방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일 역사 갈등 관리, 고위급 안보 대화 정례화, 다자 협력 확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한국은 현재의 불안정한 동아시아 안보 환경 속에서 능동적이고 유연한 대외 전략 실행을 통해 국익을 수호해야 한다”며 “한국은 미국·일본과 함께 군사 안보뿐만 아니라 사이버 안보, 경제 안보, 공급망 회복력 등 다양한 비전통적 위협에 대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원장은 향후 이재명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문재인정부 때와 같은 방식을 구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핵무력 완비 등으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대화 기조를 가져가기엔 제약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일본과는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김 원장은 “한국은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를 현명하게 관리하면서도 안보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례적인 고위급 안보 대화를 상설화하고, 실무 차원의 군사 교류 및 훈련을 확대하여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하며, 캐나다·호주 등 뜻을 같이하는 제3국 파트너들을 역내 안보 구조에 적극적으로 수용·통합하여 지역 안보의 “공동 책임”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이나 중국이 한·미·일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시도를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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