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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료 조직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을 주도했던 핵심 인사들이 이재명 정부 주요 보직에 재등장하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특히 ‘친원전’ 기조를 내세웠던 과거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주도한 관료들에 대한 인적쇄신을 하지 않은 탓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인사들이 다시 주요 에너지 정책의 중심부에 배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 후보로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정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한수원을 이끌며 탈원전 정책 실행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한수원이 보유하던 중수(중성자 감속재)를 중국에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했다는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산업부 1차관으로는 문신학 전 산업부 에너지실장이 전날 발탁됐다. 문 차관 역시 월성 1호기 사건 당시 ‘530개 파일 삭제’ 사건의 핵심 당사자였다. 그는 감사원 고발을 통해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이 나오며 사건은 종결된 바 있다.
법적 결론과는 별개로, 윤석열 정부가 이들 탈원전 인사들에게 ‘정책 책임’을 끝내 묻지 못하면서 관료 조직 내 인적 쇄신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이들이 다시 에너지 정책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조직 재편 방향 역시 탈원전 흐름을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카이데일리가 살펴 본 에너지업계 현장에서는 한수원이 ‘한국에너지종합공사(가칭 한에종)’로 재편돼 원자력 비중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수력·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축이 되는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에 이재명 정부 들어 원전 신규 건설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라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폐기물 처리나 기존 원전 수명 연장 같은 부분에서는 사실상 탈원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해 조성진 전 경성대 에너지과학과 교수(한국전력 비상임이사)는 이재명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유지하되, ESS(에너지저장장치)와 해상풍력 등 고비용 신재생 사업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스카이데일리에 “에너지 정책은 결코 정치적 구호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이고, 국가 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 경제적 타당성, 국민적 수용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맞지만,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불안과 한국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려하면, 에너지 전환 속도를 다소 조절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ESS는 아직까지 단가가 매우 비싸고, 화재 안정성 등 기술적 한계가 분명하다”며 “기술 개발이 더 진행돼야 하는데, 정부 보조금으로 무리하게 시장을 확장하는 것은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관심을 받고 있는 해상풍력에 대해서는 “해상풍력은 설치 단가, 유지·보수, 송전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이라며 “유럽처럼 바람이 꾸준하고 인프라가 갖춰진 국가와 달리, 한국은 경제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보다는, 기술 성숙도와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 장기적인 로드맵을 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현실에서 여러 한계를 드러냈던 만큼, 원전을 배제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 현명한 선택”이라며 “다만, 원전과 신재생이 함께 가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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