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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최근 90일간 관세 전쟁 ‘휴전’에 들어갔지만 15∼16일 제주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중국이 여러 회원국들 앞에서 미국을 정면 비판하는 등 양국 간 대립각이 여전했다. 18일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측 수석대표 리청강(李成鋼)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은 21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발언 순서가 오자 ‘특정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상호 관세를 일방적으로 시행해 다자무역체제에 충격을 주고 세계 경제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목소리 높였다.
여기서 ‘특정국’이란 미국이다. 리 부부장은 이어 많은 회원국이 미국의 조치에 강력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서 APEC 회원국들이 다자주의 실천에 나서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함께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 부부장이 이처럼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비판 발언을 하는 동안 당시 회의장에 미국 측 수석대표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회의장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 약화 상황에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미국과 100% 넘는 관세 폭탄을 주고받았던 미국과 중국이 최근 90일간 '휴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 기본적으로 대립각을 이어 나가면서도 갈등 관리 차원의 수위 조절을 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리 부부장은 그리어 대표의 면전에서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지만 그리어 대표가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 대신 중국어로 발언했다. 영어가 유창한 리 부부장이 이 자리 그 순간 굳이 중국어로 발언한 것에 대해 “아마도 발언 내용상 곧바로 이해되는 영어보다 통역을 통해 전달되는 중국어를 선택해 수위를 조절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 소식통이 있으나, 이보다 자국 내 여론을 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더 타탕해 보인다.
중국에선 이번 ‘휴전’을 ‘중국의 승리’로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 맞서 동등한 115% 인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측이 부과한 ‘펜타닐 관세 20%’가 남아 있다는 점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중 관세가 10%인 반면, 중국의 대미 관세는 30%인 상태다. 합성마약 펜타닐 전구체의 세계적인 생산지가 중국이며 이것이 남미 마약 카르텔에 다량 수출되는 것에 대한 조치가 ‘펜타닐 관세’인데 중국은 이번에도 끝내 이것에 대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공산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고의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중국은 당초 만장일치로 채택되는 이번 통상장관회의 공동성명 문안 조율 과정에서 막판까지 ‘다자주의 강조’ ‘보호주의 반대’ 취지의 내용을 넣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렇지만 미국이 반대하자 주최국인 한국의 적극적인 조정 요청을 막판에 수용해 공동성명 수위 낮추기에 동의함으로써 극적으로 APEC 통상장관회담 공동성명 도출이 가능했다. 여기에 최근 이뤄진 미·중 제네바합의 주역이기도 한 그리어 대표와 리 부부장이 공동 회의장에서는 강한 긴장감을 드러냈으나 별도 양자회담을 열어 합의 이행 등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는 등 양국 간 대화 동력 유지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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