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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까지 이제 10여 일 남았다. 각 후보들은 막바지 표심 공략에 집중해 공약을 쏟아 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호 1번과 기호 2번 이재명·김문수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법정 노동시간은 근로기준법상 1953년에 1일 8시간 일하는 주 6일제(주 48시간)에서 1989년에 주 44시간으로 단축됐고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주 5일(주 40시간) 근무제 도입이 본격화됐다.
1주일에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다 보니 하루에 8시간씩, 5일을 일하는 현재의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된 것이다.
주 5일 근무제는 2004년에 시범 도입됐다. 그 시기 기자는 대학생이었는데 당시 회사원들은 여전히 일요일 하루만 쉬는 주 6일 근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일부 회사는 토요일 격주 근무나 토요일 단축 근무를 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그 때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이다.
그런데 이제 4.5일제를 하겠다고 한다. 우선 이재명 후보의 4.5일제는 근로시간 단축이 주요 골자다. 우선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것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정착하면 현행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고 더 나아가 주 4일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주 4.5일제도 솔깃한데 주 4일제라 하니 근로자 입장에선 참 달콤한 제안이다.
김문수 후보의 4.5일제는 근로시간 유연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 40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은 4시간만 일하는 방식으로 주 40시간을 맞추는 것이다.
확실히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 후보의 공약에 더 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후보는 근로시간은 줄였지만 급여는 깍지 않는 주 4.5일제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똑같은 급여를 받더라도 근로시간이 줄었으니 ‘적게 일하고 더 많이 받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만약 정말 4.5일제가 실행되면 어떻게 될까. 물리적인 근로 일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개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누릴 수 있고 여가·소비 활동이 늘어나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근로자 입장에선 업무시간 내 근로 강도가 과중해질 수 있다. 사업주 입장에선 같은 임금 대비 근로시간 단축 혹은 근무일수 단축이 이뤄졌으므로 고용 형태의 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공지능(AI)이나 로봇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시간제 근로자 위주로 채용을 진행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기업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이미 주 4일제 시범 도입 경험이 있는 카카오·에듀윌 등은 퇴사율 증가와 노조 가입률이 상승하는 등의 이유로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배달의민족(배민)으로 잘 알려진 우아한형제들은 주 32시간 유연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주 4.5일제 시행으로 부작용도 있지만 퇴사율이 줄었으며 직원 만족도가 높은 등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이 기업 환경에 따라 주 4.5일제는 도입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주요 대선 주자들이 이것을 공약으로 내걸다 보니 “이것이 정말 실행 가능한 것인가”는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없다. 누군가는 적극 환영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도저히 어렵다며 손사레를 칠 수 있다.
결국 노·사 간의 심도 있는 합의가 필요하며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까지가 첫 단추이며 실질적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말 실행 가능한 공약이 맞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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