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 신약강국 꿈꾸지만… 약가 정책 역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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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막는 약가제도”… 제약업계 정책 정합성 촉구
제약업계 R&D 위축 경고… 정부, 약가정책 간 괴리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5-20 11:51:12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신약개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술 투자와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가 R&D 투자 여력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창립 80주년을 맞아 발간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업계와 학계 투자계 전문가들은 약가인하 정책이 제약산업의 ‘혁신 역량’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을 공통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제약산업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현실의 약가 정책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약개발에 있어 국내 기업들은 이미 높은 임상비용과 규제 장벽을 감내하고 있는데 약가가 계속 낮아질 경우 자체 개발보다는 기술수출 중심의 전략에만 매몰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결국 R&D의 선순환 고리가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약가 정책의 전환점을 진단한 보령제약 김진이 상무는 “지속적인 약가 인하와 기준 변경이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키우고 혁신 의약품조차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다”며 “급여 체계 전반의 합리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임상적 가치를 입증한 혁신 의약품조차 정당한 가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현재의 약가 정책이 산업의 혁신 역량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가제도는 단순한 지출관리 수단이 아니라 산업의 R&D 유인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자본 유입이 어려워지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김 상무는 경고했다.

업계는 현재의 일방적인 약가 통제 기조를 전환하고 가치 기반 약가(Value-Based Pricing) 도입 등 제도 혁신을 통해 예측 가능한 수익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으고 있다.

제약기업들이 반복적인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장기 성장성은 물론, 생산·매출 구조 전반에 변화를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건형 이중차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조치 이후 강한 노출 그룹의 기업들은 매출이 평균 34% 감소했으며 그 효과는 2019년까지 26~51.2% 수준으로 지속됐다. 실제로 제품 외 매출의 비중은 인하 노출 그룹에서 최대 106%까지 상대적 감소가 확인됐다.

이와 같은 매출 타격은 기업들의 행태 변화를 유도했다. 강창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제약사들이 매출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 외 매출 비중을 높이고 수입의약품 코프로모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업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인하 급여의약품 및 비급여 제품의 생산 비중 증가 역시 눈에 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기업 수익을 보전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소비자 보장성 악화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국내 제약사의 자체 생산 기반 약화는 장기적으로 공급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괄적인 약가 통제가 아닌 정교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약가 정책의 재설계를 통한 혁신 약물 인센티브 제도 R&D 투자 연계형 가격 보상모델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가차원의 전략이 신약개발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가격 정책이 이를 거스르지 않도록 정책 간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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