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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큰 정부'와 '작은 정부'라는 이념적 방향이 진영별로 갈리지만, 선거 국면에서는 특정 유권자층을 겨냥한 전략 카드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노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현재까지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뚜렷한 대립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도 조직개편은 주요 의제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대 공약에 정부조직 관련 구체안을 포함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세종시 정부청사 안팎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기획재정부 개편 여부다. 이 후보는 최근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처럼 군림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남용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예산편성 기능을 떼어내 과거 기획예산처처럼 독립시키고, 나머지는 재정부 또는 재정경제부로 재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분리된 예산처는 국무총리실 또는 대통령실 산하에 두는 구상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기재부가 재정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 속에서 선출직 정권이 예산을 직접 조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정 여건상 확장적 재정정책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예산편성 기능을 분리해도 누군가는 각 부처의 과도한 요구를 조정하고 감액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세수 정체·의무지출 확대 구조에서는 적자국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경제부처 체제를 당분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인수위원회 없이 정권이 출범하는 구조에서는 조직개편과 새 정부 조각, 내년도 예산안 편성이 한꺼번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현실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한미 통상협상 관련 조직의 연속성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에 따라 대선 직후 기재부 개편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되, 법 시행은 일정 기간 유예하는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권 초반 혼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재명 후보 측은 조직개편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공식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부산 유세에서 해양수산부를 세종에서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조직개편을 쟁점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한 과학기술 부총리제의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인공지능·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이 정책적으로 중요해지면서 별도 부총리직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과학기술 부총리를 신설해 관련 예산과 조직을 총괄하겠다고 밝혔고, 이재명 후보도 지난 대선에서 비슷한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김 후보는 또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확대 개편하고, 관련 부처와 통합 조정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저출산 등 인구문제 전반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부’ 신설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가장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현행 19개 부처를 13개로 줄이는 내용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교육과학부·외교통일부·산업에너지부·일차산업부 등으로 통합·재편하고, 기재부의 예산기획 기능은 국무총리실 산하 ‘예산기획실’로 이관하며 재정경제부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여성가족부는 폐지한다.
또한 부총리 체제도 기존 경제·사회 2부총리에서 안보·전략·사회 3부총리 체제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부처 간 중복과 칸막이를 최소화해 효율적이고 전문화된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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