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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명승지는 대대로 시서화(詩書畵)를 즐기는 선비들의 주요 주제였다. 흉중산수(胸中山水: 가슴 속 산수)란 화가들이 명산 유람을 통해 날씨, 구름과 안개의 변화 등 산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고 마음속에서 발육시킨 후 그 정수를 화면에 옮긴 그림이다.
북한산의 본래의 이름인 삼각산의 신비로운 풍경을 화폭에 옮긴 특별한 전시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열린다.
18일부터 7월1일까지 진행되는 ‘삼각산- 시대를 품다’ 전에는 강소연·김호준·민정기·박소현·이동협·이정원·임진성·진희란의 중견 작가 8인이 참여한다.
삼각산은 ‘조국’의 다른 이름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쟈 하랴마난/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조선 후기 척화파 김상헌(1570~1652)의 시조에 등장하는 삼각산은 지금의 북한산이다. 김상헌은 1640년(인조18) 청나라에 반대한 대가로 노령의 나이에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가면서 이 시조를 읊었다.
그에게 ‘삼각산과 한강’은 조국을 의미한다. 이제 떠나면 다시는 못 올지도 모르는 조국, 삼각산과 한강을 바라보며 눈물지었을 충신의 애절한 마음이 시조에 담겨 있다.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삼각산 유람을 매우 즐겨서 ‘완당전집’에 북한산의 풍경을 찬탄하는 여러 수의 시를 남기고 있다.
그가 “춤추는 신선 길로 영원히 세상을 등지니/ 뉘라서 가는 실의 연고가 있겠는가”라고 읊었듯이 조금만 올라가도 세상이 아닌 듯 비경이 펼쳐지는 곳이 북한산이다.
북한산의 원래 이름인 삼각산은 백운봉·만경봉·인수봉 세 봉우리를 통칭하는 명칭이다. 고려시대를 다룬 조선의 사서 고려사(1451)에도 ‘삼각산’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꽤 오랫동안 써 온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삼각산’이 ‘북한산’으로 바뀐 것은 일제강점기다. 두 이름이 혼용돼 사용되다가 1983년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공식화되었다.
여덟 작가의 북한산
7월1일까지 진행되는 ‘삼각산- 시대를 품다’ 전은 수차례의 산행과 삼각산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산수화를 선보이는 자리다.
꼴라쥬·금니·농묵·회화 등 각자가 작업하는 매체로 표현한 삼각산에서 작가들의 개성 있는 손맛과 깊은 통찰력, 풍부한 감수성이 오롯이 느껴진다.
이정원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대담한 조감도식 구도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런데 다가가서 보면 수천수백 개 미세한 결의 콜라주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면 덩어리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해체되는 그의 그림은 고대 그리스의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한 ‘만물유전(모든 것은 변화하고 흐르고 있다)’의 본질을 구현해 낸다.
임진성은 금니(金泥, 금가루를 아교에 풀어 만든 안료)를 사용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금니 산수화’의 전통은 조선 전기에 이상좌 및 이징 등에 의해 잠시 유행하다가 중기 이후로 전통이 끊어진 장르다. 금니 산수화의 전통을 거의 유일하게 잇고 있는 임작가는 금색 하나만의 농담으로 몽환적인 산수를 구현해 낸다.
표현주의적 성향의 김호준은 보색대비에 뛰어나며 신진작가 진희란은 농묵을 쓰는 데 있어 맑음이 돋보인다. 민정기는 ‘관조하는 산수’를 선보인다.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인물화와 달리 산수화에는 깊은 평온이 깃들어 있다.
박수현의 북한산에는 빛이 있다. 빛의 음영으로 산봉우리의 괴체감이 살아나 그 웅장함이 생생히 전달된다. 이동협은 그리지 않고 쌓아 올린다. 그의 포인틸리즘 기법은 시공을 초월한 아득한 공간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한편 작가와의 만남이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19·20일 이정원 △23일 임진성 △25·26일 이동협 △27·28일 김호준 △7월1일 진희란 순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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