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이종석도 인정한 ‘간첩법’ 개정, 李정부 속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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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스파이, 간첩죄 처벌 불가… 허점 노출
현장선 이미 ‘구멍’… 반복되는 스파이 경로
냉전 법제에 갇힌 韓… 주요국 간첩법과 대조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6-22 13:34:07

▲ 이재명정부들어 안보가를 중심으로 간첩법 개정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디자인=장혜원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가안보 강화가 주요 국정과제로 부상하면서, ‘석기시대 법률’로 불리는 간첩죄 관련 법규를 21세기 안보 현실에 맞게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인 등 외국인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행법상 북한 이외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는 군사기밀보호법 등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은 법률로만 처벌되는 한계가 지적된다. 국내외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첨단 간첩 활동을 막기 위한 법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22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민국의 간첩죄 관련 법률은 형법 제98조(1953년 제정), 군형법 제13조(1961년), 국가보안법 제4조(1993년 개정) 등 최소 32년에서 최대 70년 전에 제정된 것들로, 사이버 해킹, 암호화 통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첨단 간첩 활동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적국’ 개념에 대한 경직된 해석, 국가기밀 범위의 제한적 적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북한 이외의 외국, 비국가 행위자, 산업 스파이 등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상 외국 및 외국인의 스파이 행위는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으며, 군사기밀이 아닌 정보를 탐지·수집한 경우에는 군사기밀보호법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이 경우 출입국관리법, 산업기술보호법,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 일반법 위반으로만 처벌할 수 있지만, 이들 법률은 형량이 낮아 외국 스파이의 첨단 정보 유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국인이 가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군인이 군사기밀을 유출하면 군사기밀보호법으로 처벌되지만, 일반 공직자가 군사기밀 외 정보를 유출하면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누설)만 적용될 뿐 간첩죄 적용은 불가능하다.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은 ‘국가정보원법’, ‘국가방첩업무규정’(대통령령)을 통해 외사 방첩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가정보원법 제4조는 방첩 대상에 ‘북한, 외국, 외국인·외국단체·초국가행위자’를 포함하고 있지만, 실질적 처벌 근거는 부족해 현장에서 적발된 스파이 행위를 간첩죄로 강력히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미국, 독일, 중국 등 주요국은 간첩죄의 처벌 대상을 ‘외국’, ‘외국 정부’, ‘외국 단체’ 등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 제18편 제37장에서 ‘외국의 이익’을 위한 국방 정보 탐지, 외국 정부·군대·정당에 대한 국방 기밀 전달, 외국 정부 이익을 위한 기밀 제공 등을 모두 처벌한다. 산업스파이 행위도 외국 기관·요원을 이롭게 하면 강력히 처벌된다. 독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역시 각각 ‘타국’, ‘외국 기구·조직’, ‘외국과 외국 단체 및 대표자’, ‘외국 정부·단체·요원’을 간첩죄의 직접 처벌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현행 간첩죄 법 체계는 오히려 정교한 간첩 활동을 보장하는 역기능이 있다”며 “간첩 사건이 적발돼도 솜방망이 판결이 이어지며 국가안보 대응력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법 제98조, 군형법 제13조, 국가보안법 제4조 모두 수십 년 전 제정된 법으로, 석기시대 무기로 첨단 무기와 싸우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국현 전 국정원 방첩국장이 국회 세미나에서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방첩 현장에서는 외국 스파이 사건이 반복되고 있지만 간첩죄 적용이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1993년 일본 특파원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했으나 군사기밀보호법만 적용 △ 2006~2007년 예비역 공군 장교가 미국 군수업체 관계자에게 군사기밀을 넘겼으나 군사기밀보호법만 적용 △ 2008년부터 6년간 군사기밀 31건을 유출한 해군 장교 역시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보호법만 적용된 사례 등이다.

이재명 정부는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첨단 간첩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법제 개선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간첩 사건이 잇따르며 국민 불안이 커지자 간첩법 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행법은 북한을 위한 간첩 행위만 처벌하고 있어 북한 외 외국 간첩 행위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간첩죄 처벌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전체로 확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기밀 유출 등 안보 위해 행위 적발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현실은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라며 “산업스파이 등 기술 탈취 행위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간첩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정원장으로서 관련 입법 과정에 적극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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